새 한마리만 그려 넣으면
남은 여백 모두가 하늘이어라
화선지中_이외수
감동을 모르면 눈물도 모른다.
눈물을 모르면 사랑도 모른다.
진실로 아름다운 것들은 반드시 이면에
그만한 눈물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들은 말한다.
진정한 사내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우는 거라고.
하지만 횟수를 정해놓고 우는 건 뻐꾹시계다.
이외수 우화상자 中
겨울
깊은 안식의 시간 속으로 눈이 내린다.
강물은 얼어붙고 태양은 식어 있다.
나무들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회색 하늘을 묵시하고 있다.
시린 바람이 비수처럼 날아 와 박히고
차디찬 겨울비가 독약처럼 배어들어도
나무는 당분간 잎을 피우지 않는다.
만물들이 마음을 비우고 동안거에 들어가 있다.
모든 아픔이 모여 비로소 꽃이 되고 열매가 됨을 아는 날까지
세월은 흐르지 않는다.
겨울도 끝나지 않는다.
by˚이외수。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입속의 검은 잎中_기형도
변화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 놓는다
변화를 예상하라
치즈가 오래된 것인지 자주 냄새를 맡아 보라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라
사려져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다.
자신도 변해야 한다
치즈와 함께 움직여라
변화를 즐겨라
모험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와 새 치즈의 맛을 즐겨라
신속히 변화를 준비하고 그 변화를 즐겨라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놓는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中_스펜서 존슨
다만 모를 뿐,
삶이란 최선을 다해 살아보는 것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푸른밤中_나희덕
요컨데
사랑을 한다는 건 그런거야.
숨이 멎을 만큼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네 몫이고,
깊은 어둠속에서 방황하는 것도
네 몫이지.
넌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그것을 견뎌야만 해
해변의 카프카中_무라카미 하루키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_이가림
기분 좋은 아침
출근하다
골목길에서 똥 누는 아이를 보았다
엉덩이는 길 쪽에 두고
눈은
쪽문 안에서 연탄 가는 엄마의 엉덩이에 두고
손에는 풀빵 한 개 꼬옥 쥐고
똥 누고 있는 아이의
눈부신 엉덩짝을 보았다
이른 아침 햇살보다 순결하고
엊저녁 내 꿈보다 솔직한 똥무더기
오늘의 일이 잘 풀릴 거라는
예감의 출근길
임신중절약, 성병약, 현상수배자, 여공구함
그런 말들로 오염된 전봇대와 담모퉁이를
돌아나오면 골목은 끝나고
버스에 깔려 길게 누워 있는
검은 길과 만난다
기분 좋은 아침_김창완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힘을 다해 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힘을 다해 달린다.
네가 사자든, 가젤이든 마찬가지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마시멜로 이야기 中 호아킴 데 포사다
+우리의 삶이 꺼져갈 때 마다 우리를 살리는 건 우리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헌신적인 사랑이다
+
세상이 아무리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간다해도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다.
+
상처를 주지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진실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옳고 그름을 말해왔다.
두눈 부릅뜨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우리가 눈으로 볼수 있는 것은 얼마나 작은것인가.
+
사랑은 주는 사람의 마음 속에 더 오래 남는다.
+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시간이....
+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는 한 그 사람은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
마음만 있다면 풀한포기 만으로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게 우리의 인생이다.
+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사랑은 떠나가도 사랑의 기억은 그 자리에 남아 끝끝내 그 사랑을 지켜준다.
+
사람은 누구에세나 아픔이 있다.
그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힘들수도 있고 아름다워 질 수도 있다.
빛은 어둠속에서 더 찾기가 쉽다.
+
인생의 겨울길을 걸을 때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 먼저 치워놓은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
"세상의 모든것들은 결코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는거야.
슬픔도 그리고 기쁨까지도...힘겨워도 견디고 또 견디다보면,
언젠가는 슬픔도 아름다운 노래가 되거든...."
+
자신을 버릴때 사랑은 비로소 우리에게 온다.
+
생각해보면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하지도 않다.
+
사랑은 소리없이 와 닿을때 가장 아름답다.
+
사랑을 위해 우리는 낙타다 되어야 한다.
인생이라는 사막을 함께 걸으며 묵묵히 견뎌주고,
자신마저 온전히 내줄수 있는 낙타가 되어야한다.
연탄길中_이철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_정희성
삶의 방향은 크게 달라졌다. 입사를 하고, 칠년간 맞벌이를 해서, 신도시에 지금의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은근히, 세상이 변하기보다는 직급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어갔다. 어느 가을날인가, 깊이 담배 한 모금을 들이켜다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삶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마흔이었다. 동지가 간 데를 알아도, 깃발은 나부기지 않았다.
코리언 스텐더즈-박민규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동시에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인데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반도를 떠나라'_ 무라카미 류
세상에는,
편리한 망각과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기억뿐만 아니라,
편리한 기억과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망각이란 것도 있는 거야...
마이 퍼니 발렌타인 중 -무라카미 류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려도 좋아.
느닷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게 아니라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려도 좋아. 이렇게 우리가 산속을 걷고 있는 장면이
패이드아웃되고 FIN이라는 글자가 나와도 상관없어.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완만한 비탈을 메운 억새가 사각사각 조용하게 소리를 냈다.
그녀는 내 앞을 걸어간다. 흔들림 없는 발걸음.
그러나 뒤를 걷는 나를 충분히 의식하는 걸음으로. 그것이 행복했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간다.
어깨 밑에서 가지런히 커트한 머리가 바람에 나부낀다.
흑과 다의 환상 中 - 온다 리쿠-
최근 어이가 없을 정도로 손으로 쓰면 글씨가 지저분해지고
한자를 못 쓰게 되었다. 워드 프로세서의 키보드를 두들기는 속도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손으로 글씨를 쓰고 있노라면
한 글자를 쓰는 데 드는 시간이 제각각이라 안달이 난다.
워드 프로세서는 이상한 기계다. 워드 프로세서를 앞에 두고 앉아 있으면
생각지도 않던 것을 쓰게 된다. 어렴풋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던 것이
유난히 뚜렷한 형태를 갖게 된다. 워드 프로세서는
그런 의미에서 허구에 어울린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中 - 온다 리쿠-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풍경中 _김형경
겨울 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사랑_문정희
사람을 괴물처럼 대하면 그 사람은 괴물이 된다 _ 범죄심리학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中 공지영
종례시간
- 도종환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 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 주는 나무들
한 번씩 안아주고 가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 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해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 수도 없고 향기가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로 넓은 화폭 옆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들도 그려 넣고
바람이 해바라기에 그러듯
과꽃 분꽃에 입맞추다가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 안에 갇혀있지 말고
잘 자란 볏잎 머리칼도 쓰다듬다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질이거든
너희도 개울물 허리에 간지럼먹이다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 하여
고추밭에서 노을지는 하늘 쪽으로
날아가다 가거라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 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 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겨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
이 時代의 사랑 / 최승자 시집
<< 여자들과 사내들 - 김정숙에게 中>>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것처럼...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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